패치워크 순야타  

특징 없는 하얀 액자가 놓여있다. 하얀 액자틀이 붙잡고 있는 유리판은 빼어난 매끄러움을 자랑한다. 그러나 회화가 놓여있을 법한 자리에는 그림자가 있다. 투명한 유리판 위에 남겨진 에딩펜의 궤적을 따라 늘어진 그림자. 감상자는 에딩펜을 들어 매끄러운 유리판 위에 글자를 새긴다. 유리판과 에딩펜이 부딪히는 곳에는 “나를 뒤흔들고, 파헤치고, 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너는 네 삶을 바꾸어야 한다고 경고하는 무언가가 있다.”
1

 

먼저, 황아일의 〈물음조각(Do you have a question?)〉은 감상자의 기대를 배반하며 그 모습을 드러낸다. ‘액자를 액자답게 만드는’ 회화의 자리를 비워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어 있음’은 결핍이 아니다. 결핍은 욕망을 정점으로 한다. 플라톤이 소크라테스를 경유하여 자신에게 결여된 아름다움을 희구하는 욕망을 사랑으로 규정하였듯이.2 이때 결핍에서 비롯한 욕망의 작용은 견고한 주체를 전제한다.

 

하지만〈물음조각〉은 작가의 “의지” 혹은 “주체성”을 덜어내어 관객을 들어올린다. 그리고 액자가 고유한 성질을 소유하기를 거부할 때, ‘비어 있음’은 감상자를 상호 관계 속으로 끌어들이는 매개가 된다. 이는 불교가 제시하는 ‘순야타(Sunyata, 空)’의 운행 원리와 유사하다. 순야타는 고유한 것을 제거하여 경계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존재와 현상을 생성하는 인과 연을 가능하게 한다.
 

순야타의 원리는 〈재건축 IV(Reconstruction IV)〉와 〈검은 숲(Black Forest)〉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황아일은 〈재건축 IV〉를 위하여 윈도우 갤러리의 유리창에 투명한 컬러 시트지를 붙이고 일부를 깎아내었으며, 벽에 기대어있는 5개의 흑유리판 위에 칠한 라텍스 페인트의 일부를 벗겨내어 〈검은 숲〉을 준비하였다. 탈락한 투명 시트지가 유리창에 닿고 벗겨진 라텍스 페인트가 바닥을 향해 늘어질 때, 유리판의 텅 빈 부분은 세계를 투과하거나 반사하면서 관계를 맺는다.

 

뿐만 아니라, 〈물음조각〉의 ‘비어 있음’ 위에 쓰여진 질문은 천조각을 무한히 이어나가는 조각보(patchwork)를 닮았다. 서로 다른 형태의 헝겊을 덧대어 만드는 조각보처럼, 매끄러운 유리판 위에서 감상자의 질문은 중심 없이 연결된다. 고정된 테마나 모티브 없이 확장되는 이들은, 하나(one)로 환원할 수 없는 다양한 표현의 형태를 취한다. 이와 같은 태도는 관객이 직접 라텍스 페인트 조각의 배치를 재구성하는 〈85개의 회화 조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물음조각〉을 비롯한 황아일의 작업에 내재된 순야타와 패치워크의 작동 방식은 동일성의 철학에 저항한다. 동일성의 철학은 이성적인 합리성을 옹호하고 보편적이고 필연적인 진리로 향하는 사상의 흐름을 일컫는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동일하게 되풀이되는 진리를 쫓는 동일성의 철학은, 하나의 견고한 체계를 수립하고 이에 수렴하지 않는 이질적인 것들을 추방해왔다.
 

이처럼 황아일은 단일한 주체의 환상에 현혹되지 않고 다양성을 되살리며 관계 맺기의 방식을 사유한다. 또한 아주 단순하고 일상적인 동작을 사용하여, 감상자로 하여금 일상에서의 순간을 상기하게 한다. 그의 작업은 우리의 인식에 뿌리내린 동일성의 철학을 걷어내며, 새로운 삶의 양태를 모색하는 단초가 된다.


1 한병철, 『아름다움의 구원』, 이재영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6): 17.
2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론/크리톤/파이돈/향연』, 천병희 옮김 (숲, 2016): 305-306.


땡땡 콜렉티브/김강리

Patchwork Sunyata

There is a white frame with no characteristics. The glass plate held by the white frame boasts excellent smoothness. However, there is a shadow where the painting is likely to lie. Shadows hanging along the trajectory of the edging pen left on a clear glass plate. The viewer picks up
the edging pen and engraves the letters on a smooth glass plate. Where the glass plate hits the edging pen, “There is something that shakes me, digs me, questions me, and warns me that you must change your life.”1

 

First, Ail Hwang’s 〈Do you have a question?〉 reveals himself betraying the viewer’s expectations. This is because the place where the painting should be placed is left empty. But ‘empty’ is not a deficiency. Lack culminates in desire. Just as Plato defined the desire to pursue beauty that he lacked through Socrates as love. 2 At this time, the action of desire from deficiency presupposes a solid subject.
 

However, 〈Do you have a question?〉 lifts the audience by taking away the artist’s “will” or “subjectivity”. And when a frame refuses to possess its own properties, ‘empty’ becomes a medium for attracting the viewer into a mutual relationship. This is similar to the principle of ‘Sunyata
(空)’ that Buddhism suggests. By obscuring boundaries by removing the intrinsic, Sunyata enables the causal connection that creates existence and phenomena.

 

The principle of Sunyata appears repeatedly in <Reconstruction IV> and <Black Forest>. Ail Hwang prepared <Black Forest> by attaching transparent colored sheets to the window gallery’s windows for <Reconstruction IV> and peeling off some of the latex paint on five black glass plates against the wall. When the transparent sheet paper that has fallen off touches the glass window and the peeled latex paint sags toward the floor, the empty part of the glass plate makes a relationship by penetrating or reflecting the world.

 

In addition, the question written above ‘empty’ in 〈Do you have a question?〉 resembles a patchwork that connects pieces of fabric infinitely. Like a blanket made of different types of cloth, the viewer’s questions are connected without a center on a smooth glass plate. Expanding without a fixed theme or motif, they take the form of various expressions that cannot be reverted to one.

This attitude can also be found in 〈85 Paintings〉, where the audience reconstructs the layout of latex pieces of paint themselves.

 

The way Sunyata and Patchwork embedded in Ail Hwang’s work, including 〈Do you have a question?〉, resists the law of identity. The law of identity refers to the flow of thought that advocates rationality and leads to universal and inevitable truth. The law of identity, which seeks

the same repetitive truth in any situation, has established a solid system and expelled disparate things that do not converge.

 

As such, Ail Hwang is not deceived by the illusion of a single subject, but revives diversity and contemplates ways of establishing relationships. The artist also uses very simple and routine movements to remind viewers of moments in their daily lives. Ail Hwang’s work sheds the

philosophy of identification rooted in our perception and becomes the cornerstone of seeking new aspects of life.


1 Byung-Chul, Han, Saving Beauty, Jae-Young Lee(Seoul: Moonji, 2016):17.
2 Platon, Apologia Sokratous/Kriton/Phaidon/Symposion, Byung-Hee Chun (Paju: Soup, 2016): 203d-204a.


00collective/Kang-ri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