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겨내고, 마주하기

다섯 개의 흑유리판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매끈한 흑유리판을 따라 벗겨진 검은색 라텍스 페인트가 눈에 띈다. 라텍스 페인트는 멋대로 구겨지고 접히고 찢어져 있다. 바닥에 축 늘어져 드리워진 한 겹의 라텍스 페인트는 흑유리판의 그림자 같기도 하다.

 

가다머Hans-Georg Gadamer는 부정성이 예술에 본질적이라고 보았다. 부정성은 예술의 상처다.1 <검은 숲>은 매끄러움과 상처가 공존한다. 흑유리판은 <검은 숲>을 감상하는 관객을 투명하게 반사한다. 관객은 작품 속에 반사된 자신의 모습을 먼저 확인한다. 매끄럽게 반들거리는 <검은 숲>을 보며 관객은 타자가 아닌,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만날 뿐이다. 그러나 이런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던 관객의 시선은 흑유리판을 따라 벗겨진 라텍스 페인트로 향한다. 불투명하고 상처 난 라텍스 페인트의 부정성은 흑유리판의 매끄러움의 긍정성과 정면으로 대립한다.

 

<검은 숲>은 매끄러움을 통해 관객에게 밀착하여 SNS공간에서처럼 ‘좋아요’를 누르게 하는 동시에, 라텍스 페인트의 부정성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의문을 제기한다. 검은 숲에는 매끄러움뿐만 아니라 흠집도 있음을 관객에게 상기한다. 라텍스 페인트라는 특별한 것 하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초과’를 만들어낸다.2 그저 매끄러워 보이는 겉모습에 도취해있던 관객은 흑유리판에 드리워져 있는 라텍스 페인트를 통해 은폐된 자신의 모습에 도달할 수 있다.

 

라텍스 페인트는 흑유리판에서 벗겨지는 순간부터 훼손되기 시작한다. 한 번 벗겨지기 시작하면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 제멋대로 붙고 늘어지며 변형된다. <검은 숲>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라텍스 페인트로 구성된 본질을 스스로 뜯고, 타인에 의해 본질을 뜯기기도 하며 매끄러운 흑유리판을 드러낸다. 고유한 자신을 잃어버리고 드러낸, 매끄러운 흑유리판에 타인의 모습을 서로 비춘다. 그리고

유리판에 비친 타인의 모습을 내면화함과 동시에 자신의 본질을 조금씩 잃어가며 살아간다. 그 결과 매끄러운 공허함만이 남았다.

 

이렇듯 황아일은 일상적인 공간, 사물, 상황 및 관계를 약간 변경하거나 재조정하여 대상을 둘러싼 고정되지 않은 다층적 의미들을 보이는 데 관심이 있다. 일상에서 유리판은 쉽게 볼 수 있는 사물이다. 그러나 작가는 거울처럼 또렷하게 주변을 반사하는 흑유리판을 택하여, 유리판의 매끄러움 속에 관객을 선명하게 담을 수 있도록 <검은 숲>을 구성했다. 이와 함께 유리판에 라텍스 페인트를 덧입히고 벗김으로써 부정성을 더했다. 황아일은 관객이 자기

자신의 외면을 만남과 동시에 내면을 살필 수 있도록 유도하며 관객이 새로운 시각을 가지도록 부단히 독려하는 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1 한병철, 『아름다움의 구원』, 이재영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6): 16.

2 한병철, 『아름다움의 구원』, 이재영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6): 17.

땡땡 콜렉티브 / 조현지

 

Peel it, Face it

Five black glass plates stand proudly. The black latex paint that has been peeled off along the smooth black glass plate stands out. Latex paint is crumpled, folded and torn at will. A layer of latex paint drooping on the floor looks like a shadow of a black glass plate.

 

Hans-Georg Gadamer saw negativity as essential to art. Negativity is the scar of art.1 <Black Forest> has both smoothness and scars. The black glass plate reflects the audience watching “Black Forest” transparently. The audience first checks out the reflection of themselves in the

work. Watching <Black Forest>, which glows smoothly, the audience meets only themselves, not the batter. However, the audience’s eyes are on the peeled-off latex paint along the black glass plate. The negativity of opaque and scarred latex paint is directly opposed to the positivity of the

smoothness of the black glass plate.

 

<Black Forest> allows the audience to press ‘like’ as in SNS space through smoothness, while raising questions through the negativity of latex paint. The audience is reminded that black forests have not only smoothness but also blemishes. The fact that one special thing called latex paint exists creates an ‘excess’.2 The audience, who was just intoxicated by the smooth appearance, can reach their hidden self through latex paint hanging on a black glass plate.

 

Latex paint starts to deteriorate from the moment it is peeled off the black glass plate. Once it begins to peel, it cannot be returned to its former form. It sticks and stretches and deforms at will. The <Black Forest> may be a projection of us living our lives. We tear the latex placed on the essence by ourselves, or tear by others, and reveal a smooth sheet of black glass. Smooth black glass plates shine on each other. And at the same time, we internalize the reflection of others on the glass panel and live by losing their essence little by little. As a result, only a smooth

emptiness remained.

 

As such, Hwang Ah-il is interested in displaying unfixed multilayered meanings surrounding the object by slightly changing or readjusting everyday space, objects, situations and relationships. Glass plates are easy to see in everyday life. However, the artist chose a black glass plate

that reflects the surroundings as clearly as a mirror, and installed <Black Forest> to clearly capture the audience in the smoothness of the glass plate. In addition, latex paint was added to the glass plate and removed to add negativity. Hwang Ah-il plays the role of a person who constantly encourages the audience to have a new perspective, encouraging them to meet their inner self and look inside at the same time.

 

1 Byung-Chul, Han, 『Saving Beauty』, Jae-Young Lee(Seoul: Moonji, 2016): 16.

2 Byung-Chul, Han, 『Saving Beauty』, Jae-Young Lee(Seoul: Moonji, 2016): 17.

00collective/HyunJi Cho